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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에너지

[클로즈업]<8>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의 독한 혁신 “2025년 배터리 글로벌 탑3 진입”

2025년까지 700GWh로 수주 잔고 늘려...생산 규모 20배 확대
원유 정제마진 감소 등 영향으로 상반기 전체 실적은 ‘주춤’
LG화학과 ‘배터리 소송전’ 원만한 마무리가 관건

 

[FETV=김창수 기자] “하루 24시간 배터리만 생각한다”

이는 정유 및 석유화학이 주업인 SK이노베이션의 김준 총괄사장이 지난 5월27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서 배터리 사업부문에 얼마나 많은 역량을 집중하는지를 묻는 한 기자질문에 대한 간결한 화답이다. 그렇다. 김 사장의 머리엔 온통 배터리뿐이다. 그만큼 배터리 사업이 SK이노베이션에겐 중요하다는 의미다.

 

사실 이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배터리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1분기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김 사장은 이날도 향후 경영 전략 발표 시간의 대부분을 배터리 사업을 설명하는 데 썼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미래지향형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항공기와 선박에도 배터리 넣겠다”

 

김 사장은 이날 발표에서 “SK이노베이션이 만드는 전기차 배터리는 앞으로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기와 선박 등 거의 모든 이동수단에 넣을 것을 고려하고 경영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를 자동차 외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 사장은 이를 위해 배터리 개발 및 생산 기술을 확대키로 했다. 지난 1분기 기준 430GWh인 전기차 배터리 수주량을 6년 뒤인 2025년에 700GWh로 늘리고 이에 맞춰 연간 생산 능력도 같은 기간 연간 5GWh에서 100GWh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배터리에서 핵심 기술 부품 중 하나인 분리막(LiBS)에 대한 생산 능력도 연 3억6000만㎡에서 2025년 25억㎡로 성장시켜 세계 1위 회사가 되겠다는 포부도 김 사장은 밝혔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일본의 아사히카세이에 이어 2위 업체다.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황이고 이에 발맞춰 국내 충북 증평과 중국, 폴란드, 미국 등에 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며 “계획을 달성하는 데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이런 식으로 성장하면 SK이노베이션이 2025년엔 배터리 사업부문에서 글로벌 3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인 ‘NCM 9½½’을 상용화하기로 했다. NCM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앞글자로 그 뒤 숫자는 각각의 비율이다. 니켈의 비율이 높을수록 출력과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난다. 현재는 ‘NCM622’ ‘NCM811’이 보편화돼 있다.

 

김 사장은 이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도 본격 진출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매출대비 1%에 머물렀던 배터리 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은 2025년엔 25%까지 올라간다.

 

◆ 정제마진 낙폭 커 상반기 실적 ‘쓴잔’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위기론에 불을 지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3조1036억원, 영업이익 497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5%, 영업이익은 41.6%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3.8%로 3%대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169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7% 줄었다. 앞서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3310억원에 그쳐 전년대비 53.5% 줄었는데 2분기 실적마저 부진해 빨간불이 켜졌다.

 

실적이 악화된 것은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부진 탓이 크다. 올 상반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2달러대에 그쳤다. 미국 원유 생산이 늘어난 데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제품 수요가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정유업계에서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일 때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4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제품을 생산할수록 손해가 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석유 부문 영업이익은 2793억원에 그쳤다.

 

 

◆ LG화학과의 소송전 ‘평행선’…“총수들끼리 만나 해결해야”

 

최근 SK이노베이션의 가장 큰 대내외 화두는 LG화학과의 인력 및 기술 유출 관련 ‘배터리 소송전’이다. 인력유출 여부를 놓고 시작된 갈등이 특허분쟁에 이어 최근 형사 문제로 심화되는 양상이다.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다.

 

이번 갈등의 핵심 쟁점은 인재 유출에 따른 2차전지 기술 유출 여부다. LG화학은 “SK가 2년간 100명에 가까운 인력을 빼가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과 영업비밀이 다량 유출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LG화학은 지난 4월 LG화학이 미 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 출신 인력 채용은 유감이나 워낙 지원자가 많았고 100% 공개채용 방식으로 진행됐다”면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인력을 부당하게 채용했다는 주장에 반박했다. 기술 유출과 관련해서는 “최첨단 배터리 소재인 NCM811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하는 등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이 우수함을 증명하는 객관적 자료나 근거는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LG화학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1990년대부터 배터리 연구개발을 시작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묻지마식 소송’에 대응하느라 사업 수주, 시장 대응 등 기회손실이 막심할 뿐 아니라 인적·경제적 고통이 매우 크다”면서 “배터리 산업은 소송보다는 협력해야 할 때”라고 했다.

 

업계에선 SK그룹과 LG그룹의 총수가 만나 담판을 짓기 전까지는 양사가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나 현재로선 두 총수가 개입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LG화학과의 원만한 소송 마무리 여부에 따라 SK 이노베이션이 성장 탄력을 받아 김준 사장이 구상하는 혁신 드라이브에 가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관측하고 있다.

 

◆그룹 내 굵직한 역할 거친 ‘전략통’

 

김준 사장은 유공의 석유화학부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유공은 SK이노베이션의 정유부문자회사인 SK에너지의 전신이다.

 

SK그룹의 전략전문가로 SK에너지와 SK네트웍스, SK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SK물류실 등 다방면의 계열사에서 수입차 수입정책과 중장기 투자 확대, 신사업 등을 맡아 진두지휘했다. SK에너지 정유부문의 흑자기조 안착에 대한 공을 평가받아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으로 선임됐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정유사업을 안정화하고 정유사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도록 석유화학부문과 전기차 배터리사업 등으로의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명석한 두뇌로 최태원 회장의 브레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프로필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SK네트웍스 S모빌리언 본부장 ▲SK 물류서비스실 실장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사업지원팀 팀장 ▲SK에너지 에너지전략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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